설마가 현실이 됐다. 

노박 조코비치는 26일 마드리드 오픈에서 세계 랭킹 44위 마테오 아날디에게 첫 경기에서 3-6 4-6으로 패배한 후 "새로운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은 노병은 죽지않고 다만 사라져갈 뿐이라는 뜻일까.

조코비치는 26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각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2025년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며 "한두 경기 이기는 데 주력하고 있고, 토너먼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프로 테니스 선수로 20년 넘게 겪어온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코트에서 이런 종류의 감각에 맞서는 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요즘은 토너먼트에서 일찍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6 4-6으로 패한 조코비치는 2025년 클레이 코트 전적 0승 2패를 기록했다. 몇 주 전 모나코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 알레한드로 타빌로에게 스트레이트 세트로 패한 데 이어 이번 패배까지 겹치면서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계 랭킹 5위 조코비치는 2024년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첫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5년에는 최근 5개 대회 중 네 번이나 첫 경기에서 패했다.

조코비치에게는 역대 최악의 부진이다. 그는 이 때문에 한 달 뒤 개막하는 프랑스 오픈의 우승 후보로 거론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오픈은 조코비치가 세 번이나 우승한 대회다. 조코비치는 "롤랑가로스에 주요 우승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랜드슬램 24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조코비치만큼 그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능숙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5월에 38세가 되며, 파리에서 4번 시드 안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네 번째 롤랑가로스 우승을 향한 그의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우상시하며 자란 24세 이탈리아 선수 아르날디를 상대로, 조코비치는 중요한 순간에 움직임과 판단력이 부족했고, 총 32개의 언포스드 에러를 범하며 경기가 팽팽해질 때 상대에게 도움을 주었다. 쉬운 것을 처리 못하면 지기 마련이다.

아날디는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참으려고 애썼다" 며강력한 포핸드를 구사할 수 있지만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기자들에게 조코비치의 경기를 많이 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의 공을 예측했다는 것이다.
아날디는 "그는 최고의 컨디션과 폼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첫 번째 서비스 게임부터 브레이크를 당했다. 40-30 상황에서 세 번의 실수로 아날디가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조코비치는 즉시 브레이크 백을 시도했다. 1세트에서 리드를 잡기 위해 다시 브레이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3-4 상황에서 또다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자멸했다. 40-30 상황에서도 게임 포인트를 유지했지만, 라인 아래에서 백핸드를 놓친 후 연속 더블 폴트를 범하며 아르날디에게 5-3 리드를 안겨주었고, 아르날디는 서브 게임을 따낼 기회를 잡았다.

조코비치의 코치이자 그랜드슬램 3관왕인 앤디 머레이는 선수에게 적절한 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운러라인을 치라고 지시했다. 이 샷은 머레이의 자신감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으며, 마드리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조코비치가 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2세트 시작 후 5게임째, 조코비치는 이 샷을 사용한 13점 중 7점을 잃었고, 그중 5점은 실책이었다.

그는 움직임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발이 불안정해 보였고, 심지어 2세트에서 아날디가 2-2로 앞서기 위해 포핸드를 잘못 쳤을 때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아날디는 상대가 한 걸음 느리다는 것을 감지하고 드롭 샷으로 자주 그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조코비치는 백핸드 쪽에서 평소답지 않게 리턴을 놓치며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계속해서 망쳤다. 이러한 실수는 한때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터너라고 보기 어려웠다. 조코비치가 몇 점을 따내자, 아날디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끝까지 지켜내며 2세트 3-3을 만들었다.

아날디는 조코비치조차 자랑스러워할 만한 수비를 펼쳐 보이며, 두 번의 극적인 랠리 끝에 30-30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성공시켰다. 두 번 모두 조코비치는 완벽하게 포인트를 장악한 듯 보였지만, 아날디는 끈질기게 발리 샷을 성공시키고, 빗나간 발리 샷을 이어받아 히팅 존으로 정확히 꽂아넣으며 브레이크를 따내 승리의 길을 열었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조코비치는 다음 게임에서도 놀라운 수비를 선보였다. 몇 번이나 이겼다고 생각했던 랠리에서, 아날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포핸드 패싱샷을 날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날디는 다시 몸을 일으켜 조코비치의 뒤로 포핸드 패싱샷을 날려 두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를 막아냈다. 세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도 왔다 갔다 했고, 아날디는 0-40까지 따라붙으며 상대의 저항을 무너뜨렸다. 상대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기세를 꺾는 조코비치가 이제는 상대에게 되치기 당했다.

몇 게임 후, 모든 것이 끝났고, 아날디는 5위권 내 상대를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조코비치는 네트로 걸어가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지만, 이번 패배는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는 세컨드 서브 포인트의 40%만 따냈다. 보통 클러치 플레이어인 그는 세 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중 단 한 번도 세이브하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경기후 "물론 저는 항상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스트로크, 몸, 움직임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제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현실이다. 특히 그랜드슬램에서는 새로운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적어도 제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대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노박의 롤랑가로스 1라운드를 보고 나면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아날디는 조코비치가 롤랑가로스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5전 3선승제 경기에서 조코비치를 상대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코 고프는 "그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그를 우승 후보로 꼽을 것이다. 특히 그랜드슬램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그가 뜬금없이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뜬금없지만 상황이 불리할 때는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를 우승 후보로 꼽는다"고 말했다.

조코비치의 과거 업적 때문에 테니스 선수와 전문가들은 그를 폄하할 수 없지만, 최근에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거의 없다.

테니스 팬들은 "그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덕분에 많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더 높아졌다. 이 모든 것의 아이러니는 바로 조코비치가 지금 젊은 선수들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적어도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냈다.
또 다른 팬은 "새로운 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며 여전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시간의 아버지가 조코비치를 붙잡았다. 은퇴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방패에 찔려 죽을 때까지 계속 싸우고 싶어 한다면, 그건 존중받아야 한다. 부진한 경기에도 굴하지 않아 그는 여전히 최고"라고도 했다.

모든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들은 거의 모두 은퇴할 "적절한" 시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이, 부상, 그리고 기량 저하 등은 종종 다소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이는 모든 위대한 선수들이 결국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편 5번 시드인 잭 드레이퍼는 강력한 상대인 네덜란드의 탈론 그릭스푸르를 6-3, 6-4로 물리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1라운드 부전승을 거둔 드레이퍼는 최근 몇 주 동안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다닐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을 물리친 그릭스푸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헤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