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5-6 0:30에서 오스타펜코가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 입맞춤하고 있다

테니스 선수가 위기에 몰리면 절박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심적 부담도 덜고 몸의 긴장도 풀어 경기를 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호주오픈 여자단식 3회전을 한 엘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는 그 긴장을 어떻게 풀고 위기 극복을 어떻게 할까.

스코어 1-6 5-6 0:30.  3세트 5대 6 아자렌카의 서브 게임이 되면서 오스타펜코의 손은 바빠졌다. 두손으로 라켓을 잡아 리턴 준비하다 말고 목에 걸린 십자가를 꺼내 입맞추기를 수차례. 그래도 0:30가 되어 경기가 막바지로 갔다. 

오스타펜코는 상대가 서브 넣기 전까지 이 동작을 반복한다. 테니스는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오스타펜코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아자렌카의 서브가 넘어와 자신의 라켓에 제대로 맞아 상대 코트에 절묘하게 넘어가길 기도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을까.
1세트 1대6으로 내주고 2세트 5대6에서 아자렌카의 서비스 게임을 질기게 끌고 갔다. 오스타펜코의 십자가 목걸이에 입맞춤이 수십번 반복됐다.
샷 실수를 하면 플레이어 박스에 있는 팀에 불만을 표시한 오스타펜코. 결국 1-6 5-7로 전 세계 1위, 호주오픈 챔피언에게 패해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오스타펜코가 위기에서 보인 절박감이 누적이 되어 올해 어떤 큰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호주오픈 대회장에서 이처럼 남자 128명, 여자 128명이 절박감을 갖고 코트에서 뛰고 있다.
주니어들이 그랜드슬램에 출전해야 하는 이유는 테니스가 큰 이벤트이고 선수가 대우받는 곳이고 이기면 평생 쓸 상금을 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하는 이유도 있지만 프로 선수들이 볼 하나에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테니스를 하는 것을 볼 기회라는 점이다.
절박이 모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올해 26살인 오스타펜코는 2017년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신데렐라가 됐고 이번 호주오픈에서 발견된 루틴 처럼 목걸이 십자가에 입맞춤하며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수천번 기대하며 테니스를 한 선수다. 

그동안 누적 상금은 1415만 8,643 달러(약 190억원)이고 세계 랭킹은 10위다.